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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연구] 52호 발간보고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285
안녕하세요. 역사학연구소입니다. <역사연구> 52호(2025년 1월호) 가 나왔습니다.
이번 호에는 “식민지 조선의 언론, 언론인, 그리고 지역”과 “제국의 성 정치와 식민주의“ 특집을 기획했습니다. 이외에도 일반논문 4편이 실렸습니다.
비정규논문은 전명혁 연구원의 역사의 현장을 찾아서와 2024년 11월 연구소에서 열렸던 강성호 연구원 박사논문 집담회 녹취록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책머리에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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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연구』 제51호를 내고 제52호가 나오기까지 불과 4개월 동안 우리는 원치 않은, 너무나 많은 경험을 해버렸다. 2024년 12월 3일 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을 실시간으로 목격했고, 현직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되는 사태를 겪었다. 영장 집행을 회피하기 위해 극우 선동을 일삼고, 혐오와 증오를 조장하는 현직 대통령의 악행을 연말연시 내내 지켜봤다. 우울한 겨울이었다. 그렇지만 악행이 쌓여갈수록 사회적 연대가 깊어지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국회 앞 광장의, 남태령의, 한남동 관저 앞의 함성을 잊지 않을 것이다. 권한이 정지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권좌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고, 법원이 내란 범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처벌할 것이라 믿는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과거가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를 떠나보내며, 역사학자의 시간이 다가온다.
윤석열 정부의 통치이념과 방식을 파시즘으로 해석하는 학자들이 많다. 윤석열이 파시즘의 문을 열었다는 한 연구자의 표현이 한국사회의 단면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혐오와 증오의 정치, ‘멸공’과 혐중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오늘날의 상황은 파시즘의 대두인가. 오늘날은 역사적 파시즘과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역사학자로서 숙고해볼 주제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역사정책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 역사학계는 윤석열 재임기에 네 차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 육사의 홍범도 흉상 이전 문제, 독립기념관 관장 임명 문제, 비상계엄을 통한 민주주의 파괴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 문제들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연구와 정책화에 대한 숙의가 없다면, 윤석열 정부와 결별하지 못한 채 그 그림자를 계속해서 대면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따뜻한 봄날에 윤석열 정부를 떠나보내길 간절히 고대하며, 어떻게 연구하고 공론화하는 활동을 이어갈지 고민하려 한다.
『역사연구』 제52호(2025년 1월호)에는 두 개의 특집 아래 일곱 편의 논문, 네 편의 일반논문, 지역사 연구에 대한 박사학위논문 집담회, 역사 현장 탐방기 등을 수록했다.
첫 번째 특집(‘식민지 조선의 언론, 언론인, 그리고 지역’)은 2024년 6월 역사학연구소 주최 학술회의 발표 논문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강성호와 김영진은 언론인의 활동과 언론 매체의 운영을 지역 상황과 연결하여 분석했다. 강성호는 1920년대 중후반 순천기자단의 조직을 전남 동부지역 사회운동과의 관계 가운데 조명하면서 그들의 기자대회 개최와 탐사보도 활동 등을 다뤘다. 김영진은 『조선지광』에 실린 1928년과 1930년 두 차례의 원산지역 지역찬조광고를 검토하여 『조선지광』의 매체 성격과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변동과정을 연구했다. 두 사람이 이와 같은 연구를 전개한 맥락은 박사학위논문 집담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종민과 이혜인은 중앙 언론의 활동과 논조 등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한종민은 1930년대 초반 『조선일보』의 현실인식을 검토하여 ‘안재홍 이후’의 사상적 연속과 단절을 꼼꼼히 살폈다. 이혜인은 1930년 『매일신보』의 회사규모, 지면, 인물의 확장을 총체적으로 다루면서 ‘기관지’적 성격이 ‘팔리는 신문’에 대한 지향과 충돌하는 양상을 조명했다. 네 편의 논문이 공통적으로 겨누는 것은 대중 여론을 형성하는 식민지 언론의 존재 방식에 대한 재검토라고 하겠다. 민족 담론으로의 지나친 일반화에 대한 경계, 매체가 생존하기 위한 재정과 시장이라는 변수의 개입 등이 눈에 띈다.
두 번째 특집(‘제국의 성 정치와 식민주의’)은 식민지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성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성 정치의 맥락에서, 국제협약과의 관련성 가운데 살펴본 연구 결과이다. 송연옥은 제국 일본의 성 정치를 홋카이도, 대만, 조선, 관동주에 이르는 식민지와 점령지 지배 과정에서 검토했다. 시공간적 스케일이 매우 큰 연구로 가장 집중 분석한 시기는 조선의 개항 초기부터 ‘위안부’ 제도와 공창제가 병존한 러일전쟁기이며, 이는 오늘날 일본군 ‘위안부’ 논의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조명으로서 의미도 크다. 박정애는 일본이 국제연맹 주도 ‘여성아동매매 억제 국제협약’에 가입할 당시 ‘식민지 제외’ 조항을 활용하여 ‘제국 내 여성 이동’을 가능케 하고 식민지를 이용한 제국의 성 정치가 구축되었음을 밝혔다. 특히 이 협약이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불법성을 판정하는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에 반대하며 식민지 확장을 도모했던 제국주의 국가의 공모가 내재된 국제규범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과, 일본군 ‘위안부’ 제도 시행이 본격화될 수 있었던 대외적 명분으로서 이 협약이 기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은경은 1960년대 이후 한국 성매매 여성의 시설을 통한 ‘보호’와 교화정책이 1949년 국제연합의 ‘인신매매 및 타인의 매춘행위에 의한 착취억제협약’의 내용과 연결된다는 점을 연구했다. 국제 여성 인권 담론의 신화와 이상을 해체하고 재구축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 설정이 특집의 지향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한편 다양한 주제의 일반논문도 만날 수 있다. 장경호는 갑오개혁~대한제국기 순검 제도를 살펴보았다. 월급이 자주 체불되며 순검의 자퇴와 폐단이 발생하는 가운데, 일제가 1904~1905년 사이 순검 수를 대폭 축소하고 재교육된 순검을 배치하며 대한제국의 치안을 장악했다고 분석했다. 주미희는 적기단의 항일독립운동을 검토했다. 적기단을 베르흐네우진스크대회 결렬 이후 상해파가 독자적으로 조직한 사회주의 무장독립 단체로 조명하면서, 친일분자 등의 암살, 주요 관공서의 파괴, 민족주의 독립운동 단체와의 연합 등에 분투했다고 해석했다. 임종명은 종전/해방 전후 최재희의 사회주의적 자유주의에 주목했다. 임종명에 따르면 최재희는 자본주의의 사회주의로의 발전이라는 역사 발전주의에 따라 노동자, 농민을 주체화하고 민족 국가 수립을 의제화했다. 하지만 초기 냉전의 진행 속에서 사회주의적 자유주의의 사회주의적 요소는 위협받으며 파열이 발생했다. 류일환은 1948~1949년 농림부의 농업협동조합 구상을 연구했다. 농림부는 농지개혁 후속조치로서 행정구역에 따라 계통체계를 갖춘 농업협동조합을 구상하였으나 재무부는 금융조합 조직을 보존하기 위하여 농림부 구상에 제동을 걸었던 점을 밝히며, 초기 농림부 그룹을 ‘진보적’이라고 보는 시각에 대한 재평가와 한국 농정의 입체적 규명을 시도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소가 기획한 소중한 읽을거리를 소개한다. 박사학위논문 집담회 ‘지역사를 말한다’는 강성호의 「일제강점기 전라남도 순천지역의 언론운동」을 매개로 왕성한 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지역사 연구에 대한 고민을 나눈 결과이다. 발표자 강성호, 지정토론자 정계향, 양지혜, 사회자 김영진의 적극적인 의견 피력이 있었으며, 향토사학자와 지역생산 자료의 이용 문제, 행정구역을 넘는 지역사 연구의 필요성, 지역 내 기자집단에 대한 이해, 북선(北鮮)지역 연구의 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담겼다. 편집자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지역사 연구는 지역에 대한 연구이자 지역의 자료 발굴과정이라는 것이었다. 집담회 논의에 참여하고 원고 수정에 애써준 분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드린다. 오랫동안 연재를 이어온 ‘역사의 현장을 찾아서’에서 전명혁은 수원, 진위(평택) 지역의 수진농민조합을 중심으로 남상환, 야마모토 센지(山本宣治) 등의 관계와 활동을 소개했다.
2024년 12월부터 2년 임기의 새로운 편집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역사연구』는 역사학연구소가 외부와 교류하는 거의 유일한 매체이다. 학술지가 의미 있는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장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연구논문이 검색엔진을 거쳐 개별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학술지가 책이라는 물성을 띤 매체로서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연구』에 일반논문 외에 여러 가지 읽을거리를 담으려는 지난 몇 년간의 시도도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번 편집위원회는 학술지의 공평한 운영과 함께, 연구소 활동을 담아내는 데도 조금 더 집중할 계획이다. 박사학위논문 집담회를 녹취를 풀어 공개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하겠다. 동료 연구자와 독자들의 질정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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