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소식         공지사항

[역사연구] 55호 발간보고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3
안녕하세요. 역사학연구소입니다. <역사연구> 55호(2026년 1월호)가 발간되었습니다.

이번 호에는 "1950년대 한국교육의 담론과 현실" 특집을 기획했습니다. 이외에도 일반논문 6편이 실렸습니다.
비정규논문은 이원식의 역사학연구소 정기학술대회(‘트랜스 로컬리티: 지역사의 경계를 다시 생각한다’) 참관기, 현명호·이대열 연구원의 서평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책머리에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산적한 과제 중에 교육만큼 복잡한 문제도 없다. 2025년 11월 실시되어 ‘불수능’으로 이름을 날린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어 문항이 시사뉴스에도 소개되었고, 영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외국인에게 문제를 풀어보도록 한 영상이 다수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각종 학원을 필두로 한 사교육에 대한 몰입의 폐해가 지적된 것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대학입시를 정점으로 운용되고 있는 교육의 사이클이 각종 문제를 양산하면서 도대체 한국교육은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만 쌓여간다. 그럴 때일수록 단지 교육제도의 문제에 국한되지 말고, 한국의 교육이념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역사적 변용의 경로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성찰적인 문제제기를 던질 필요도 있겠다.

  이번 『역사연구』 55호(2026년 1월호)는 ‘1950년대 한국교육의 담론과 현실’이라는 제목의 특집을 기획했다. 해방직후 출간된 『조선교육』과 대한교육연합회가 오랜 기간 발행한 『새교육』을 함께 읽고 있는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의기투합해서 세 편의 논문을 상재했다.

  고지혜는 해방기 두 개의 잡지에 수록된 국어교육 관련 문헌들을 통해 국어교육 이념에 대한 담론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국어교육 담론이 언어 방면에서는 국어의 형성에, 문예 방면에서는 민족 고유 정서와 구체적 생활 표현의 전달에 집중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1948년 단독정부 수립을 기점으로 점차 과학화‧문명화‧근대화 논리가 강조된다는 점도 이 시기를 읽는 중요한 문제제기라 할 것이다.

  문지은은 1950년대 도의교육론과 국민도덕교육에 대한 연구를 전개했다. 이 논문은 문교부 장관 백낙준이 도의교육론을 제창한 이후 1950년대 전 기간 동안 도의교육이 중요한 교육 목표로 수용되었으며 도의과 설치 과정에서 도의교육의 방향성과 사회생활과와의 차이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던 점을 분석했다. 또한 국정 도의 교과서의 내용을 검토하여 반공체제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선보이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정태철은 1950년대 교육자치제 논의를 되짚어보았다. 선행연구들이 주로 제도의 도입‧폐지 과정을 검토했던 데에 비해 교육자치 담론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살폈다. 이 논문에서 정태철은 1952년까지를 1기로, 1956년까지를 2기로, 1960년까지를 3기로 구분하면서 1기를 교육행정의 독자성을 주장하는 자주성 담론, 2기를 전문성 담론, 3기를 민주성 담론의 기간으로 분석했다.

  세 연구자 모두 해방직후부터 1950년대까지 역사적 변화와 논쟁을 중요하게 고려했고, 그에 따른 담론상 특징을 추출하고자 노력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특정 법률과 제도에만 얽매이지 않고 잡지라는 매체를 바탕으로 다양한 말의 향연을 세밀하게 들여다보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조선교육』과 『새교육』에는 주요 행정가로부터 당대의 유명 지식인, 그리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열성 교사들까지 다양한 층위의 필자들이 글을 썼다. 대중 계몽적 성격을 띠거나 전문적인 학술 논의를 담고 있는 잡지들과 다른 독특성을 발견하게 된다. 앞으로도 한국 현대 교육사 연구의 중요 자료가 되리라 생각한다.

  일반논문은 일제시기 네 편, 현대사 두 편 등 모두 여섯 편이 게재되었다. 조선인의 동방노력자공산대학 유학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김지수는 1922년 고려혁명군의 해산 과정에서 일부 인원이 모스크바로 가게 된 과정을 러시아 문서를 통해 분석했다. 이르쿠츠크파 공산주의그룹이 자신들과 우호적이었던 코민테른 집행위원회 동방부를 파견 대행 기관으로 삼아 정치 분야의 전문인력으로 양성하고자 했음을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돌아보면서 고려혁명군의 역할과 자유시사변의 책임 문제를 다시 한 번 거론했다. 조선의 사회주의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동방노력자공산대학 유학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윤상원은 조선공산당을 이끌었던 세력이자 사회주의운동사에서 파벌주의자로 낙인찍혔던 세력, 즉 엠엘파에 대한 ‘엠엘당’이라는 명명의 기원과 실체를 되짚었다. 공식적 명칭도, 당사자들이 사용한 명칭도 아니었으나, 일제 경찰이 만든 뒤 반대 세력이 그들을 비난하기 위해 만든 ‘엠엘당’이라는 용어를 조선공산당의 ‘유령’이라고 지목한다. 그리고 ‘엠엘당’이라는 지칭 속에 담긴 부정적 의미가, 자신들이 과거 분파 행위에 일정 부분 가담했음을 반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탈린 정권 시기 숙청 리스트에 오르게 되는 계기가 되었음을 지적했다. 사회주의운동사 연구에서 ‘춘경원당’과 ‘엠엘당’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지양하자는 주장이 향후 연구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현진은 1929년 일제에 의해 이름 붙여진 ‘전북공산당 사건’을 전라북도 사회주의운동의 흐름 가운데 재조명했다. 이 논문은 전북지역 사회주의운동이 2차 당대회 이후 조선공산당 조직운동과 합류하는 한편 엠엘파가 주축이 된 ‘2월당’으로 이어졌으며, 일제가 지목한 ‘전북공산당’은 별개의 도 단위 조직이 아니라 개별 지역에 구축된 여러 세포들을 검거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정리했다. 전북지역 내 야체이카의 분포와 조직 현황을 분석했기 때문에 향후 전북지역 사회주의운동과 사회운동의 흐름을 이해하는 기초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석지훈은 1930년대 조선에서 고전소설 <춘향전>이 시청각미디어의 확산과 문화기획자의 실천을 바탕으로 재평가되는 과정을 분석했다. 1920년대까지 저평가되었던 <춘향전>이 1935년 발성영화 <춘향전>과 1939년 남원 춘향 영정 제막식을 통해 ‘조선적인 것’으로 자리 잡아 가게 된다고 보았다. 보고 들어야 느끼게 되는 입체적 감각의 공유를 논문이라는 평면적 지면으로 옮기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았겠지만, 식민지 근대가 시청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기존 서사를 재확립하는 시기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다음으로 김민지는 1960~70년대 증평협업농장의 운영 양상을 안동준 개인 자료를 중심으로 분석하면서 ‘협업’의 활용을 분석했다. 1968년 증평에 협업농장을 구상하면서 안동준은 이스라엘 키부츠를 모델로 ‘반공자유의 이상적 농공협업’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1970년대 이후 김병태가 이끈 건국대 농업문제종합연구소의 민주주의적 농촌 발전 방안이 제안되고 정부의 새마을운동과도 연계되면서 관제와 민간, 성공과 실패로 구분하기 어려운 협업이 전개되었다. 김민지의 문제제기는 협업‧공동을 가능성과 지향으로 해석하기보다 실천을 통해 변형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향후 더욱 진전된 논의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최우영은 1970~90년대 제왕절개와 무통분만의 확산 가운데 모성이 어떻게 인식되는지 살펴보았다. 의학기술의 발전 양상이 모성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재조정하는 지점을 분석하는 한편, 그에 대한 여성 주체들의 대응과 경험을 함께 검토했다. “한국에서 분만 기술의 발달과 확산이 여성들에게 출산의 고통을 ‘선택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주었지만 한편으로는 모성을 시험대에 올려놓음으로써 딜레마에 빠뜨렸”다는 언급이 중요하게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되며, 앞으로도 “매끈하게 단순화되어 버릴 것”을 경계하는 작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호에도 학계와의 소통을 염두에 둔 글 세 편을 수록했다. 먼저 이원식은 편집위원회 요청으로 2025년 11월 개최된 역사학연구소 정기학술대회(‘트랜스 로컬리티: 지역사의 경계를 다시 생각한다’)에 대한 참관기를 작성해주었다. 학술대회의 발표와 토론 내용을 자세히 지상중계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식민지 조건에서 복수의 로컬들 사이의 상호관계나 경계들을 함께 감각하는 시도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과제도 제시했다. ‘트랜스 로컬리티’라고 했지만 여전히 특정 지역의 로컬리티에 빠져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역사학연구소의 활동을 격려하고 독려하는 이 글의 필자께 깊이 감사드린다.

  서평 코너에서는 현명호가 2023년 출간된 박노자의 The Red Decades(국내 번역서명은 『붉은 시대』)를, 이대열이 장시원의 『근대 조선의 대지주 연구』(2025)를 다루었다. 현명호는 박노자가 붉은 시대 동안 형성된 사회주의적 근대성이 1945년 이후 남과 북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 점에 대해서 특히 북한 정권의 구성원들을 고려한다면 “단절의 관점에서 연속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는 등 흥미로운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대열은 논문에 버금가는 분량의 서평을 통해 ‘식민지반봉건사회론’에 대한 회고와 전망을 시도했다. 장시원의 1989년 연구와 2025년 저서를 함께 조망하면서 역사학계와 경제학계가 함께 만든 경제사학사를 폭넓게 훑었다. 이대열은 두 연구가 나온 36년 사이 ‘식민지근대화론’과 ‘식민지근대성론’을 둘러싼 논쟁에 자리를 내준 ‘식민지반봉건사회론’의 난맥상이 자본제 발전의 전망이 부재한 ‘과도기 사회’라는 개념적 모순 때문에 한국사회성격논쟁에 제대로 개입하지 못한 점, 식민지‧봉건제‧자본제 등 개념에 대해서 혼란된 모습을 보인 점 등등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과 같이 이번 호에도 기획에 의해서건, 투고에 의해서건 흥미로운 연구가 많이 실렸다. 이러한 성과를 내게 된 것은 모두 『역사연구』에 논문과 원고를 보내주신 필자들 덕분이다. 동료 연구자들이 『역사연구』에 실린 글을 대화거리로 삼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목록